프란시스코 고야 Francisco Goya (1746 - 1828)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Goya)는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초반에 걸쳐 활동한 스페인의 대표적인 화가이자 판화가로, 그의 작품은 스페인 미술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고야는 1746년 3월 30일, 스페인의 아라고니아 지방의 푸엔데또도스(Fuendetodos)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그는 지역 회화 장인에게서 그림을 배웠으며, 후일 마드리드로 옮겨가 왕립 미술 아카데미에서 공부하였다. 고야의 초기 작품은 주로 교회와 왕실을 위해 그려진 종교화와 초상화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고야가 당시의 전통적인 미술 기법을 습득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그림 실력을 다졌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고야는 점차 그의 개성 있는 스타일을 발전시키면서 고유한 미술적 언어를 형성해 나갔다. 1786년, 고야는 스페인 왕실의 화가로 임명되며, 특히 카를로스 3세와 이후의 카를로스 4세 시대에 걸쳐 왕실 초상화를 많이 그리게 되었다. 이들 작품에서는 그의 정밀한 묘사와 사실적인 표현이 두드러지며, 왕실 인물들의 권위와 품격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고야의 작품은 단순한 귀족 초상화에 그치지 않고, 그의 특유의 심리적 깊이와 감수성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고야의 작품 세계는 1792년 그의 청각 장애로 인해 큰 변화를 맞이한다. 청각을 잃은 뒤, 그는 이전과는 다른 주제와 표현 방식을 시도하게 되었고, 사회적, 정치적 문제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많이 그리게 되었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인 '전쟁의 참상'(Los Desastres de la Guerra) 시리즈는 나폴레옹 전쟁 동안 스페인이 겪은 끔찍한 고통과 폭력을 사실적이면서도 충격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또한, '카프리초스'(Los Caprichos)라는 판화 시리즈에서는 당시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풍자하며, 인간의 어리석음과 악덕을 강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고야의 말년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검정 그림들'(Pinturas Negras)로, 이는 그가 마드리드 외곽의 카사 델 소르도(House of the Deaf Man)라는 별장에 그린 일련의 벽화들이다. 이 그림들은 극도의 어두운 색채와 불가해한 이미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야가 느낀 인간 존재의 불안과 절망을 극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검정 그림들은 그의 정신적 고통과 미술적 실험을 잘 보여주며, 이후 표현주의와 초현실주의 같은 현대 미술 사조에 큰 영향을 미쳤다. 프란시스코 고야는 1828년 4월 16일, 보르도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그의 작품은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를 넘나들며,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이슈를 깊이 탐구하는 독창적인 미술 세계를 구축하였다. 고야는 스페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거장으로, 그의 예술적 유산은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